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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싯다르타』|왜 주인공의 이름도 ‘싯다르타’일까?

BOOK → QUESTION → KNOWLEDGE → CONNECTION

헤세는 왜

주인공의 이름을

‘싯다르타’라고 했을까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에서 시작한
찾는 사람과 발견하는 사람에 관 이야기.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민음사 책 표지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 박병덕 옮김 · 민음사

『싯다르타』라는 제목을 보고 부처의 이야기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석가모니의 이름과 겹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설을 읽다 보면 뜻밖의 장면이 나온다.  

싯다르타가 고타마를 찾아간다.

두 사람은 같은 사람이 아니다.

한 사람은 이미 깨달음에 도달한 부처 고타마이고, 다른 한 사람은 아직 자기 길을 찾고 있는 젊은 브라만 싯다르타다.

THE QUESTION · 002

그렇다면 헤세는 왜
주인공의 이름을 싯다르타라고 했을까.

고타마를 만나는 장면에서 두 사람의 차이는 선명해진다.

친구 고빈다는 고타마의 가르침을 듣고 그의 제자가 된다. 평생 찾아 헤매던 스승을 드디어 만난 것이다.

싯다르타도 고타마를 존경한다. 그의 가르침에서 잘못을 발견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고타마라는 사람에게서 깨달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본다.

그런데 따라가지 않는다.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민음사 속표지

같은 이름, 서로 다른 두 사람.

TWO SIDDHARTHAS

도착한 사람과
길 위의 사람

헤세 소설의 흥미로운 플롯

이미 도달한 사람 앞에,
같은 이름을 가진
아직 도달하지 못한 사람을 세워 놓았다.

고타마는 답을 가지고 있다. 싯다르타는 아직 없다. 

소설은 답을 가진 사람보다 아직 답을 갖지 못한 사람을 따라간다.

THE DEPARTURE

싯다르타는 왜
완벽한 스승을 떠났을까.

싯다르타가 고타마를 떠나는 이유는 그의 가르침이 틀렸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누군가 깨달음에 이른 길을 설명해 줄 수는 있다. 어디에서 넘어졌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어느 방향으로 걸었는지도 이야기해 줄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걸었던 길을 듣는 것과 내가 그 길을 걷는 것은 다른 일이다.

싯다르타는 후자를 택한다.

그래서 이후의 삶은 전혀 모범적이지 않다. 수행자의 삶을 버리고 세속으로 들어간다. 사랑을 알고, 돈을 벌고, 도박을 하고, 욕망에 빠진다. 그렇게 그는 한때 자신이 경멸했던 삶과 닮아간다.

그 시간을 지나고서야 강가에 도착하는 싯다르타. 

헤세는 싯다르타에게 지름길을 주지 않았다.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고타마 장 시작 페이지

『싯다르타』의 ‘고타마’ 장.
싯다르타는 부처를 만나지만 그의 제자가 되지 않는다.

THE REVERSAL

그런데 고빈다는
여전히 찾고 있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오래전 헤어졌던 두 친구가 다시 만난다.

젊은 시절 고빈다는 스승을 찾았다. 그리고 찾았다. 고타마였다. 하지만 스승을 찾는 것과 자신이 찾던 답에 도달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었다. 싯다르타는 그 스승을 떠나 수십 년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노년의 고빈다는 자신이 여전히 찾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SEARCHING / FINDING

이때 싯다르타는 ‘찾는 것’과 ‘발견하는 것’을 구별한다.

찾는다는 것은
목표를 가진다는 것.

발견한다는 것은
자유롭고 열려 있다는 것.

찾는 사람에게는 목표가 있다. 그래서 목표에 집중한다. 그러나 그 집중 때문에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KNOWLEDGE / WISDOM

지식은 전할 수 있지만
지혜는 전할 수 없다

고빈다는 싯다르타에게 그가 발견한 생각과 통찰을 자신에게도 말해 달라고 한다.

싯다르타의 대답은 이 소설의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지혜는 전달할 수 없다.”

Hermann Hesse · Siddhartha · “Govinda”

지혜는 찾을 수 있고, 살아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그대로 건네줄 수는 없다는 것이 늙은 싯다르타가 도착한 자리다. 젊은 시절 고타마를 떠났던 이유와 마지막의 이 문장이 여기서 이어진다.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민음사 책 뒷표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싯다르타』.
1922년에 발표된 헤세의 소설이다.

THE NAME

그래서 제목을
다시 본다

『싯다르타』.

처음에는 이 이름 때문에 부처를 떠올렸지만 마지막에는 이름이 조금 다르게 읽힌다.

우리가 기억하는 싯다르타는 깨달은 뒤의 인물이다. 그러나 깨달음 이전에도 그는 싯다르타였다.

아직 답을 모르는 사람.
길을 떠나는 사람.
틀린 곳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 나오기도 하는 사람.

헤세는 완성된 성인의 이름을 가져와 완성되기 전의 한 인간에게 붙였다.

그래서 고타마와 싯다르타가 마주 보는 장면에는 한쪽에는 도착한 사람이, 다른 한쪽에는 앞으로 자기 삶 전체를 통과해야 할 사람이 있다.

THE CONNECTION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무엇인가를 찾기에 아주 좋은 시대다.

궁금한 것은 바로 검색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경험은 몇 분이면 찾을 수 있다.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까지 누군가 먼저 정리해 놓은 답이 있다.

좋은 답을 빨리 찾는 능력이 중요한 능력이 된 셈이다.

그래서 싯다르타와 고빈다의 마지막 대화는 백 년 전 소설 속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는다.

SIDDHARTHA PRACTICE

찾지 않는 시간을
조금 만들어 보는 것.

『싯다르타』를 지금의 생활에 가져온다면 무언가를 더 배우거나 기록하는 방식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답을 찾는 일을 잠깐 멈춰 보는 것이다.

THREE SMALL EXPERIMENTS

01 · 바로 검색하지 않기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한 번쯤은 검색창을 열기 전에 내 생각을 먼저 끝까지 따라가 본다.

02 · 목적 없는 시간을 남겨두기
걷기든 커피 한 잔이든 무엇을 얻기 위한 시간으로 만들지 않는다. 생산성도, 기록도, 결과도 잠시 붙이지 않는다.

03 · 이미 앞에 있는 것을 보기
다음 목표를 정하기 전에 지금의 일, 사람, 장소를 한 번 더 본다. 찾고 있는 것 때문에 지나치고 있는 것이 없는지만 살펴본다.

목표가 있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동시에 시야를 좁히기도 한다.

정답을 찾고 있을 때는
정답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지나치기 쉽다.

THE RIVER

싯다르타가 강에서 배운 것은 새로운 지식이 아니었다.

강은 무엇을 선택하라고 하지 않는다. 설명도 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오래 듣는다.

젊은 싯다르타에게는 아마 가장 어려웠을 일이다.

계속 앞으로 가던 사람이
더 이상 다음을 찾지 않는 것.

강물은 계속 흘러간다. 싯다르타는 그 앞에 남는다.

한때 그는 답이 자신보다 앞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다음 장소로 갔다. 

이제는 가지 않는다.

NEXT QUESTION

찾던 것이 정말 멀리 있었던 것인지, 찾기를 멈추자 비로소 보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지금 내가 너무 열심히 찾느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FIND THE BOOK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민음사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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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S & FURTHER READING

Hermann Hesse · Siddhartha: Eine indische Dichtung · Project Gutenberg · German Original ↗

Hermann Hesse · Siddhartha: A Poem of India · Project Gutenberg · English Edition ↗

The Nobel Prize · Hermann Hesse — Facts ↗

LEWIS BOOK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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